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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공원ㆍ마을

대전 동춘당家 400년 전통 여름생신상 보리수단, 궁중떡볶이 비법은?

 

전국이 펄펄 끓는 폭염으로 달아 오른 8월. 입추, 처서가 무색 할 만큼 폭염은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연일 숨막히는 폭염으로 일상에 지쳐있던 8월의 스무닷새날 해질녘 ​<대전문화재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행사가 진행되는 동춘당 종택을 찾았습니다.



문화재행사는 낮에만 이뤄지는게 아니었네요.  어스름 해가 질 무렵 시작해 달빛이 비치는 야밤에 달빛따라 즐기는 '2018 달빛따라 문화재탐방'프로그램인데요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되는 '대전문화재야행' '동춘당야행'입니다. 

제289호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동춘당 종택은 종부와 14대 후손들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 공간으로, 별당인 동춘당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며, 긴 담장엔 분홍빛 목백일홍(배롱나무)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동춘당가 400년 여름생신상' 행사는 실제 동춘당 종택에서 살고 있는 종부와 자손들이 참여하여 더욱 의미있는 행사인데요. 대전광역시와 대전문화재단에서 주관하고 한밭문화마당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무서우리만치 온 세상을 달구던 폭염도 자연의 섭리엔 어쩔수없이 수그러드나 봅니다. 어둠이 깔리기 전 동춘당 입구엔 '동춘당家 400년 여름생신상'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갈바람에 펄럭이며 참여자를 맞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고즈넉한 고택에서 밤하늘을 바라본 적 있으신가요? 

한옥의 美를 대표하는 추녀가 아름다운 동춘당 고택의 밤 분위기가 서서히 느껴질 무렵 시작된 동춘당가 400년 여름 생신상 공개 행사는 문희순(충남대 강사) 사회자와 송정원(동춘당가 종부의 딸) 셰프, 두 사람의 진행으로 시작됐습니다. 

평소엔 개방하지 않아 좀처럼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었던 이 종택이 지난해 요맘 때 딱 한 번 생신상 비법을 공개 한 이후 올해는 벌써 세 번째 치뤄지는 행사라고 합니다.  



태풍 솔릭이 조용히 지나가고 동춘당 종택에서 400년동안 내려오는 생신상 비법이 공개되는 아주 특별한 시간인데요. 상차림에 필요한 갖가지 재료들은 이미 깔끔하게 다듬어져 세팅되어 있었습ㄴ다. 

오늘의 이시간 만큼은 단순하게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의미보다는 400년동안 전해 내려온 이 생신상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그 의미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 동춘당 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그 비법 ① 정구지 육개장


동춘당家 궁중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생신상 비법을 공개하기까지 레시피를 선정하고, 장을 보고, 다듬고 세팅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과 손길이 닿았을까요?

일반적으로 육개장은 쇠고기에 고사리 토란 등을 주재료로 끓여내는게 일반적인데, 동춘당家에선 푹~ 삶아낸 쇠고기(양지와 치마양지)에 고택의 뒤뜰에서 직접 기른 정구지(부추)와 대파를 주재료로 끓여내는 정구지 육개장입니다. 

정구지(부추)는 '생일이 다가오는 20일 전에 한 번 잘라낸 후 다시 새잎이 돋은 부추만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외식으로 생일을 대신하는 요즘에 비해 당시 시댁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종부의 배려심이 그대로 엿보이는것 같습니다. 
쇠고기는 푹~삶아 결대로 찟고, 정구지와 대파는 4㎝ 간격으로 썰어 갖은 양념을 넣고 버무려 솥에 넣고 끓여 냅니다.  


동춘당 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그 비법 ② 고추전

가마솥에서 육개장이 끓는 동안 생신상에 올릴 두 번째 요리인 고추전을 만들어 봅니다.

400년 전. 그 당시에도 고추전을 생신상에 올렸다는 사실에 약간 놀랐는데요. 요즘의 고추전과 유사하다는 점에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홍고추와 청고추의 꼭지를 따고 고추의 뾰족한 끝은 잘라 내고 배를 갈라 고추씨를 모두 빼냅니다. 그리고 고추 안쪽에 밀가루를 약간 바른 후 양념한 쇠고기를 편편하게 깔고, 다시 쇠고기 위에 약간의 밀가루를 뭍힌 다음 계란물을 입히고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지져 주면 고추전이 완성됩니다.

접시에 썰어 놓으니 근사한 요리가 되었어요. 청고추 홍고추가 어우러져 예쁜 색깔을 내 주네요. 올 추석 차례상엔 저도 고추전을 올려볼 요량입니다.   


<동춘당家 김정순 종부의 딸(송정원)이 레시피를 알려주며 각 팀을둘러보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참가자 6人씩 한 팀이 되어 여기저기서 뚝딱뚝닥 썰고 만들고 부치기 열전입니다. 4동춘당家 고택의 너른 마당에서 베어나오는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400년간 전해 내려오는 동춘당 종가의 생신상 비법을 전수받고자 눈코 뜰새 없이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이날 참가자들 중에는 젊은 청년도 있구요. 중·장년의 남성도 많았습니다. 한 가족 모두가 참여한 팀도 있고요. 한창 게임에 열중할 초등학생도 두 명이나 엄마 따라 나섰습니다. 참으로 기특 기특하네요.



잦은 비가 계속됐던 요즘. 이날도 초저녁 달밤에 한 두방울의 빗방울이 내리는가 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밤하늘을 쳐다보며 무지개다 하고 소리쳐 얼른 고개를 들어 보니 정말로 예쁜 무지개가 한옥지붕을 예쁘게 수놓고 있었어요. 

어릴적 봤던 바로 그 무지개. 그것도 동춘당 고택의 안마당에서 바라보는 일곱빛깔 무지개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 동춘당 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그 비법 ③ 떡볶이


400년 전 그 옛날에도 떡볶이를 요리했다니! 경이롭기만 합니다. 지금의 떡볶이와는 다른 떡볶이로 궁중떡볶이와 비슷한 점이 있긴하지만, 당시 조선시대 떡볶이에 숙주가 들어가는게 돋보였습니다.

가래떡은 4등분으로 썰고, 양념한 쇠고기는 프라이팬에 볶다가 떡을 넣고 숙주와 미나리, 그리고 표고버섯과 당근을 넣고 양념장을 넣고 골고루 섞어 줍니다. 잣을 곱게 찧고 계란은 흰자 노른자 따로따로 지단을 붙여 4㎝ 간격으로 손가락 길이만하게 예쁘게 썰어 둡니다. 떡볶이가 완성되면 잣과 계란지단을 고명으로 얹어 줍니다.



주부경력 20년이 넘는 요리의 달인도, 요리에 자신없는 참가자도 오늘은 모두 똑같습니다. 강사님이 한마디 하시네요. 똑같은 레시피에 똑같은 재료라 할지라도 각 팀에서 만든 음식의 맛은 모두 다르다고...  음식은 손맛에 정성이 더해져야 깊은 맛이 난다고.




참가자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접시에 예쁘게 담고 있습니다. 가마솥에서 육개장이 다됐다고 기별이 올 무렵. 세프강사가 간을 보며 어느팀이 맛있고 예쁘게 잘 만들었나 한 접시씩 모아 세팅합니다. 



육개장이 도착하기 전. 격조높은 종가음식 한 상이 차려졌습니다. 종부가 직접 기른 20일 자란 부추로 만든 육개장, 청색, 홍색이 쇠고기와 조화를 이룬 고추전, 가래떡과 쇠고기에 숙주와 미나리가 더해진 궁중떡볶이. 400년 동안 동춘당家에서 전해 내려온 여름생신상에 오른 음식들입니다. 

생신상에 오른 음식이 이것뿐이 아니겠지만, 4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동춘당家에선 이 음식들이 지금까지 생신상에 오르고 있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종가음식들을 모두 대청마루로 옮기고 다같이 종가 생신상차림으로 저넉을 먹습니다. 식탁이 아닌 대청마루에 앉아 옛 선조들이 드셨을 당시의 생신상을 회상하며 먹다보니 육개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졌네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맛있게 먹습니다. 그렇게 무덥던 폭염 덕분에 멈출줄 모르고 고공행진하는 무우로 담은 깍두기,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비싼 과일 제철 포도도 밥상에 올랐습니다.



가족, 친구, 지인들끼리 참가한 팀. 그 어떤 화려한 외식도 부럽지 않습니다. 초가을 바람 솔솔 불어주는 고즈넉한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맛보는 종가음식이야말로 값비싼 레스토랑 스테이크에 비할 바  아닙니다. 


☞ 동춘당 야행!! 동춘당家 400년 여름 생신상 그 비법 ④ 보리수단


들어는 봤어도 처음 맛 본 보리수단. 한모금 입에 대자마자 보리쌀의 탱글탱글함이 입안에서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올까? 몹시 궁금하여 물어 봤습니다. 보리쌀을 삶아 전분을 입힌 후 물에 튀겨 냉수에 담그길 두 세번 반복해야 만들어딘다는 보리수단. 저는 감히 엄두도 못낼 음식인 것 같습니다. 

다섯가지 맛을 내는 오미자를 우려 만든 오미자 茶에 얼음을 더하고 탱글탱글한 보리쌀을 띄워 낸 보리수단은 가히 궁중에서가 아니고서야 맛보기 힘든 음식이 아닐까 싶네요. 




다함께 식사를 끝낸 후엔 대청마루에 넓게 둘러 앉아 동춘당家 13대 종부와 대화를 해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산수(傘壽. 80세)를 넘기셨어도 또박또박 동춘당家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고, 종부의 역할을 다함에 있어 이 한치의 모자람없이 모두 소화해 냄에 조상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한 뜸 한 뜸 일일이 손수 수놓은 십자수로 꾸민 수공예품들. 60년 넘게 동춘당家의 종부로 살면서 늘상 몸에 둘렀던 앞치마, 베개잇, 방석 등에 곱게 수를 놓아 만든 수예품들을 선보였습니다. 동춘당家의 전설같은 말씀들. 당시를 회상하며 하시는 말씀들은 모두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깨우침을 주었습니다.



2018 달빛따라 문화재탐방 동춘당 야행은 이번 세번 째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다가오는 9월 15일엔 '동춘당 풍류를 거닐다' 란 프로그램으로 달빛따라 동춘당 공원을 산책하며 거니는 행사가 진행될 예정인데요. 

일년 중 가장 풍성한 계절 가을의 초입에 2018 달빛따라 풍류를 거닐며 동춘당 고택의 고즈넉함을 느껴보시는건 어떨까요?

자세한 프로그램은 아래 표를 참고하세요.
↓↓

 행사 당일 접수는 받지 않습니다. 사전에 신청하신 분에 한하여  행사 참여가 가능합니다. 

동춘당 야행 신청하기: http://naver.me/FjEswYBI

 


  • 작년에 구경 갔다가 너무 좋아서 올해 또 (구경)가려고 했건만. . .세 번 내내 시간이 안 맞았네요.
    그렇잖아도 음식솜씨 좋으신 기자님이 전통의 솜씨까지 익히셨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