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폭염과 폭우로 힘들었던 여름은 물러가고, 파란 하늘에 높이 뜬 뭉게구름이 아름다운 가을날입니다. 


서늘한 바람 한 점 만으로도 가을이 왔음이 물씬 느껴지는 날. 필자는 가장 먼저 하루를 여는 사람들로 북적대는 생생한 삶의 현장 대전역 서광장에서 펼쳐지는 새벽시장을 찾았습니다. 



<매일 새벽 반짝 열렸다 파장되는 대전역 새벽시장의 모습>



추석을 앞두고 자고 나면 오르는 밥상 물가가 걱정인데요. 지난 여름 폭염이 주고 간 선물은 높아진 하늘 만큼 껑충 뛰어 오른 농산물 가격이지만, 반듯하고 깨끗하게 진열된 마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싱싱하고 질 좋은 농산물을 만날 수 있는 대전역 새벽시장입니다. 





골목 골목 상인들이 펼쳐놓은 좌판엔 직접 농사지어 들고 나온 농산물이 빈틈없이 줄지어 섰습니다. 자주 만나는 사람인양 안부를 묻는 인사에는 듣기만 해도 푸근한 인정이 넘쳐납니다. 


매일 새벽에만 반짝 열렸다 파장되는 대전역 반짝시장. 대전역 서광장 주차장이 매일 새벽이면 농산물 직거래장터로 시장이 형성되는데요, 날이 밝고 두 시간 동안 만큼은 농산물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가득찹니다.





새벽엔 시장이었다가 날이 밝으면 다시 주차장으로 변신하는 대전역 서광장. 뭐니뭐니 해도 잘 팔리는 품목은 역시 농산물. 대전근교는 물론 영동, 옥천, 금산에서 새벽 일찍 수확하여 싣고 나온 제철 농산물들이 대전역 광장에 빼곡히 들어찹니다. 





땅 속의 보물로 불리는 고구마. 심한 가뭄에 알이 굵지 않을거라 예상했지만, 자주 물을 준 덕분인지 제법 틈실한 고구마가 예쁘게 몸단장을 하고 새주인을 기다립니다.


가끔 호숫가 산책길에서 만났던 연잎. 비를 가릴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는 연잎이 한 장에 오백원. 워낙 저렴한 가격이라 불티나게 팔려 나갑니다. 


저도 얼마전부터 연잎밥이 먹고 싶어 어디서 구하나 고민하다 인터넷을 뒤졌더니 한 장에 1000원씩에 판매하더라구요. 역시나 새벽시장은 절반값이네요.





무서운 폭염 덕분에 그 어느해 보다 볕이 좋았던 올 여름. 타죽을 것만 같았던 폭염으로 고추농사 역시 흉작이었다고 농부의 푸념이 한숨으로 이어집니다. 


건고추가 나오기 전부터 고추가격 인상은 예상했던 바. 역시나 고추값은 치솟았고, 이날 건고추는 한 근에 1만8천원선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이른 봄 수확기에 고공행진했던 마늘값은 조금 내려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맘때 쯤이면 대부분 마늘은 장만을 해 둔터라 가격만 물어보고 지나치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살피고 또 살펴도, 이래달라 저래달라 보채도 주인장은 연신 고맙다며 한 웅큼 덤을 더 얹어 줍니다.





요즘 보기 드문 작두. 잘게 썰어 놓아야 찾는 사람이 있다시며 약초를 쥔 손이 연신 바쁘게 움직입니다. 


직접 채취했다는 청미래덩굴(망개나무)뿌리, 야관문(비수리), 옻나무껍질, 구기자, 황기 등등.. 이름을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가짓수가 많습니다. 처음 보는 약초도 있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약초도 많습니다.





그렇게 폭염과 폭우가 휩쓸고 갔음에도 우리네 밥상에 자주 오르는 신선한 여름 야채들이 수북이 쌓인 채 새주인을 기다립니다. 마트보다 싱싱하고 싸다는걸 알기에 두말 않고 장바구니에 담습니다.






일반 뽕나무와는 생김새가 전혀 다른 구지뽕나무 열매, 베리의 왕이라 불리는 아로니아(블랙쵸코베리). 주독에 최고라는 칡꽃과 밤에만 핀다는 달맞이꽃 등 손수 공수해온 귀한 약재들과 농산물들이 가득 가득합니다. 




한여름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다슬기. 굵고 시커먼 다슬기가 한 소쿠리.만원. 계산하랴 물건 싸랴 일인다역에 정신없습니다. 봉지 봉지 손에 들었음에도 또 사려고 기다리는 어자씨. 아마도 살림의 고수인듯 싶습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7시 30분. 종종걸음으로 대전역을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몇 군데는 벌써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새벽시장을 다시 주차장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상인들의 마음은 점점 바빠집니다. 미처 다 팔지 못한 물건들이 남았지만 곧 정리해야 합니다.

 

일부러 발품 팔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주문만 하면 원하는 시간에 집으로 배달이 되는 세상이지만,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만나 사고 팔며 돈독하게 정을 쌓아 단골이 되어 가는 곳. 


날이 밝기 전. 어두컴컴한 새벽녘에 열렸다 끝나는 대전역 새벽시장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오래된 시장입니다.

싱싱한 제철 농산물에 푸근한 인정은 덤. 올 추석 제수 용품 장만 땐 대전역 새벽시장으로 나가 보시는건 어떨까요?



2018/02/13 - [대전일상생활/장터ㆍ골목길] - 설맞이 대전역 새벽시장 풍경! 대전의 새벽을 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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