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5기 입주작가인 정유미의 개인전이 9월 14일까지 열립니다. 전시 제목은 'CURVE'인데요. 제목대로 정말 모든 작품들이 curve 곡선으로 표현됐습니다.


저는 작품을 본격적으로 감상하기에 앞서 정유미 작가를 만나 전시회 컨셉과 작품의 의도 등을 들어보았습니다.

 


정유미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5기 입주작가)



전시된 회화와 드로잉, 설치 작품들은 구체적인 형상을 나타내기보다, 추상적인 요소들이 부각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추상적인 그림에서 어떤 구체적인 사물이나 장소 같은 게 떠오르던데요. 보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겠지요. 이게 추상미술 감상의 묘미가 아닌가 합니다.


▶ N-Drawing 시리즈


자그마한 액자 속에 24개의 시리즈로 담은 <N-Drawing>은 2016년 2달간 노르웨이 레지던시에 머무르며 제작했다고 하는데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했던 그곳의 자연 속에서, 이전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동안은 무의식적으로 경계심 같은 막을 치고 살았고, 작품활동에 있어서도 '커튼, 막'과 같은 '눈에 보이는 가리는 것'을 많이 보려고 했다면, 웅장한 자연 속에서 지내면서 이 때부터는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네요. 내 안의 막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막을 허물려고 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요. 


N-Drawing (2016) 시리즈


 

그래서 그림 하나하나가 구체적인 사물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감정과 마음으로 느끼는 신비로움을 상상한 그림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막이 아니라, 막을 어떻게 허물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24개의 작품 중 베어내고 남은 나무밑둥, 그리고 모눈종이에 금색, 은색의 가느다란 와이어로 바느질을 한 작품, 노르웨이 잡지로 만든 콜라주가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콜라주는 정유미작가가 "읽을 수 없는 노르웨이의 잡지를 색종이로 활용했다"고 하는군요.

 


N-160514. 종이에 콜라주



작품 하나하나가 작가의 어떤 마음, 어떤 상태를 나타내고 있을지 상상하면서, 그 그림을 볼 때 나는 어떤 마음인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Blue Drawing


Blue Drawing



전시실 천정에 S자로 설치된 레일에서 바닥까지 찰랑찰랑 늘어진 설치작품은 Blue Drawing인데요.


이번 전시회에는 드로잉 뿐 아니라 다양한 내용을 담고 싶어 제작했다고 합니다. 정유미작가는 2014년까지 병풍이나 버티컬 작업을 많이 했었다고 해요. 작품에 사용한 재료는 푸른색 낚시줄이라고 하는데요. 무려 20,000 m의 감겨있는 낚싯줄을 일정한 길이로 자르고 일일이 펴서 늘어뜨리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모호하게 가려진 듯 혹은 열린 듯한 반투명성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요.  전시장에서는 드로잉과 회화 작품 사이에 설치된 이 작품 사이를 젖히고 지나갈 수 있어요. 


이쪽과 저쪽의 경계, 서로 다른 작품세계로 구분되지만 서로 보이기도 하고 자유롭게 오가기도 하는, 가느다란 줄들을 drawing이라고 했네요.

 

정유미 작가는 지난 3월 서울 '갤러리 밈'에서 <White Silence> 전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심리적 경계를, 어떤 사물을 떠올릴 수 있는 가시적인 하얀 덩어리들에 빗대어 표현했었는데요. 이번 <Curve> 전에서는 추상적으로 나타납니다.

▶  White Wind 


작가가 'White Wind'라고 제목을 붙인 그림은 색깔도 모양도 없는 '바람'을 표현한 겁니다. 노르웨이에서 보냈던 길지 않은 시간이, 정유미 작가에게는 갖고 있던 많은 것을 허물어뜨렸던 시간이 되었는데요. 당시에 경험했던 바람의 느낌을 눈에 보이게 표현을 할 때 이렇게 하얗고 푸르른 곡선들로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구름이나 파도, 얼음 등을 떠올렸는데요. 눈에 보이는대로, 역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을 생각했던 거지요.  하지만 그것 또한 감상하는 자의 자유니까요. 정유미 작가 역시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의 마음에 맡기고 싶다고 하네요.


White Wind


왼쪽부터 Slow Curve, Curve, White Wind


 

정유미 작가의 이번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작가의 경향이랄까 기법의 변화를 볼 수 있어요. 초기에 비해 점점 갈수록 섬세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Cornerstone, Soft Stage, Slow Curve


 

정유미 작가는 회화 작품들은 먼저 어두운 색을 칠하고 그 위에 점점 밝은 색을 덧칠해주는 화법을 쓴다고 말합니다. 이런 방식은 작가가 동양화를 전공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알고보면 어떤 부분은 몇 켜의 물감이 덧칠해진 거지요. 한올한올 굉장히 섬세해서 물어보니 한올한올 그린 건 아니라고 해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섬세한지 감탄스럽습니다.


 Whispering Wind, Floating Wind, Recovered mind


(왼쪽부터 ) Whispering Wind, Floating Wind, Recovered mind



물 위에 떠있는 부표를 빨간 원으로 나타낸 두 작품은, 노르웨이의 피요르드 해안 아주 조용한 공간에서 붉은 부표들이 가까워질 듯 멀어질 듯 서로간의 간격을 유지하는 모습이, 사람들이 서로의 관계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Floating Wind, Recovered mind



저는 절벽 위로 떠오르는 풍선을 생각했는데요. 작가나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게 당연하지요. 제가 둥둥 떠오르고 싶은 마음이었나 봐요.


정유미 작가의 개인전은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제5기 입주작가들의 릴레이 개인전 중 5번째로 열리는 것으로, 지난 프리뷰전과 박용화작가, 서혜순작가, 고재욱작가, 성정원작가에 이어 국내 작가들의 개인전으로는 마지막입니다.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5기 입주작가 프리뷰전 


☞ 박용화의 <비인간적 동물원> 


☞ 서혜순의 <나 여기 편히 잠들길...> 


☞ 고재욱의 <FOR WORKERS> 


성정원의 <끼워 맞춘 달>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크기가 큰 작품은 181.8㎝ x 227.3㎝나 되는데요. 아무래도 캔버스가 크면 작품제작에 힘이 많이 든다고 해요. 발받침대를 이용해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서 확인하는 과정 등, 특히 올여름은 기나긴 폭염으로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짐작은 했지만요. 정유미작가는 테미예술창작센터가 작업을 하기에 환경이 정말 좋아서, 더위도 잊고 작품에만 몰두했다고 합니다.


어느덧 폭염은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바람 부는 테미에서, 노르웨이에 온 듯 피요르드의 시원한 바람과 포말을 느껴 보세요. 



 

= 정유미 개인전 / CURVE =

일  시 : 2018년 9월 6일(목) - 14일(금) 10:00 - 18:00

(전시기간 중 휴관 없음)


장  소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관 람 료 : 무  료

관람문의 : 042-253-9810∼13

 

 

 

 

2018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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