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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공연

대전무형문화재 합동공연 얼쑤! 마음을 토해내는 예능문화재

지난 4월 21일,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대덕구 송촌동)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공연이 있었습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예능 종목 보유자들의 합동 공연입니다.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

 

무형문화재를 예전에는 인간문화재라고 불렀었지요. 

대전무형문화재는 예능 종목에서 15, 기능 종목 12 보유자 혹은 보존회가 지정돼 있는데요. 해마다 합동 공개행사를 개최합니다. 2017년까지는 예능과 기능종목이 함께 이틀통안 공연과 전시, 시연 등으로 진행됐습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예능종목과 보유자

 

올해는 예능종목과 기능종목을 분리해서 예능 보유자 중에서 11 분의 보유자가, 문화재 지정 당시의 원형 보존 여부와 향상된 모습을 이번 공연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대전무형문화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저는 '토요상설공연'이나 '무형문화 전수학교'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배우고 있어요. 이번 공연도 미리 수첩에 메모를 해 두었다가, 공연 당일 기쁜 마음을 안고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으로 달려갔습니다.

 

대전무형문화재 보유자들


공연 시작에 앞서 참석한 대전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인사를 했는데요.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존경의 마음이 절로 우러나왔습니다. 이번 공연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기능종목 보유자들도 오셔서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공연은 가곡 → 향제줄풍류 → 승무 → 판소리와 판소리고법 → 살풀이춤 → 입춤 → 들말두레소리 → 앉은굿(안택굿) →웃다리농악 순으로 진행이 됐습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제14호 가곡(보유자 한자이)

 

대전무형문화재 제14호 가곡 한자이보유자와 전수자, 이수자들이 함께 여창가곡 계면조 '편수대엽'과 남녀창가곡 '태평가'를 연이어 불러주었습니다.

16세기 경부터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겨 부르던 시조를 가사와 함게 정가()라고 합니다. 속가()라고 하는 판소리나 잡가, 민요와 구분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남녀가객이 동시에 부르는 목소리가 전통 관현악 반주와 어울려 분위기를 품격있게 만들었습니다.

가곡에 이어 대전향제줄풍류 보존회의 계면도드리, 양청도드리, 웃조가락도드리가 연주됐는데요. 대전향제줄풍류는 대전 지역 선비들의 수신을 위한 풍류음악으로, 2016년에 대전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습니다.

현악기인 양금, 거문고, 가야금을 중심으로 세피리, 대금, 단소에 장구까지 8가지 악기로 연주를 하는데요. 원래 풍류치음을 시작으로 상령산→중령산→세령산→가락제지→상현→세환입→하현→해탄→염불→타령→군악→계면가락→양청환입→우조가락→국거리 16곡을 연주합니다. 총 연주 시간은 1시간 20여분이라고 해요. 향제줄풍류에 대한 설명을 보아도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공부를 좀 해야 할까 봐요.

 

대전무형문화재 제23호 대전향제줄풍류(보존회)

 

이어진 대전무형문화재 제15호인 승무 송재섭 보유자의 승무는 검은 한삼으로 인해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승무북 연주도 좋았습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제15호 승무 (송재섭보유자)

 

판소리(22호, 고향임보유자)와 판소리고법(17호, 박근영보유자)은 함께 공연했는데요. 옛날부터 '1고수 2명창'이라고 해서, 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알려졌잖아요. 두 분이 '춘향가' 중 '춘향어미가 이몽룡을 만나는 장면'을 불러주었어요. 고향임 명창은 "이몽룡이 박근영 고수를 닮았을 것 같다"고 말해 관객들을 웃음 짓게 했답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제17호 판소리고법(보유자 박근영)과 22호 판소리춘향가(보유자 고향임)

 

김란 살풀이춤 보유자가 하얀 치마저고리에 명주수건을 든 살풀이 춤을 선보였는데요. 대전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된 살풀이춤은 중요무형문화재 97호이기도 합니다. 느릿느릿하다가 어느 순간 나풀나풀 사뿐사뿐한 춤사위가, 검은 한삼의 승무와 대조를 이루었어요.

 

대전무형문화재 제20호 살풀이춤 (보유자 김금화)

 

즉흥무 또는 허튼춤이라고도 하는 입춤은 대전무형문화재 제21호로, 최윤희 보유자가 신명나는 춤사위를 보여 주었어요. 목젖놀이와 다루치기 춤사위가 최고 경지의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고, 특히 즉흥성이 동반되는 멋과 흥을 담았다고 합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제21호 입춤 (보유자 최윤희)

 

대덕구 목상동에서 전래되어 오고 있는 '들말두레소리'는 대전무형문화재 제13호인데요. 농삿일을 할 때 고단함을 덜기 위해 부르던 노동요입니다.

지금은 농사도 기계화 되고, 두레의 의미도 많이 퇴색돼 실제 농사 현장에서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더 아련한 느낌이 들었어요.  대표적인 소리로는 뭉치세(모 찌는 소리), 상사소리(모심는 소리), 긴상사소리(논매는 소리) 있다고 합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제13호 들말두레소리(보존회)

 

그리고 제2호인 앉은굿 보유자 신석봉법사와 제자들이 무대 위에 상을 차려놓고 대전시민들의 안녕을 비는 '안택굿'을 시연했는데요.  지금은 거의 볼 수 없는 광경이지요. 신석봉 법사는 한 때 '미신'이라며 수난을 겪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종교적이거나 미신이 아닌, 전통문화로서 보존되고 있어요. 저는 굿판을 장식한 설경 등도 눈여겨 봤습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제2호 앉은굿 (보유자 신석봉)

 

이번 공연의 마지막은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 '웃다리농악'이 장식했습니다.

웃다리농악보존회원들과 류창렬보유자의 태평소가 함께 했어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서 분위기를 고조 시키는 데는 농악이 최고인 것 같아요. 

대전웃다리농악은 칠채가락과 무동타기가 다른 지역의 농악과 비교해 특별한 부분이라고 하는데요. 다양한 판제로 구성돼 있어서 가락이 활기차고 역동적이라고 해요. 정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신명을 한껏 돋구었습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 웃다리농악 (보유자 류창렬, 송덕수)


객석에는 어린이를 비롯한 가족이 함께 한 관객이 유난히 많았는데요. 웃다리농악 류창렬보유자로부터 농악을 배우는 가족들이래요. 어르신과 중장년, 특히 어린이들이 우리 전통문화예술을 사랑하고 많이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마음을 토해내는 예능문화재'와 같은 공연이 자주 열렸으면 좋겠어요.

또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통예술을 지키고 전승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무형문화재 보유자 선생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2018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