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7일 대전 뿌리공원 잔디광장에는 위장막으로 둘러싼 바즈카포 같은 카메라들이 대거 포진했어요. 철새를 비롯한 야생동물을 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와 방송국, 신문사 등에서 출동한 카메라입니다.  

 

 

전통 매사냥 공개 시연회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한국전통매사냥 보전회'에서 매년 이맘 때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15회째라고 합니다. 다행히 그동안 이어지던 매서운 한파가 한풀 꺾이고 햇볕도 따뜻하게 내리쬐는 날씨였어요. 

뿌리공원(대전 중구 안영동) 진입로에는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네요.  이날  전통매사냥 공개 시연회에서 박용순 응사(대전무형문화재 제8호)가 제자들과 함께 참여해 시연을 펼쳤습니다. 

뿌리공원 잔디광장에는 참매와 송골매, 해리스 배와 황조롱이가 횃대에 늠름하게 앉아있었는데요. 참여한 시민들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데리고 온 거예요. 무슨 체험을 할까요?

 

매 체험 부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조롱이, 송골매, 해리스 매, 참매

 

식전행사로 참가자들은 매를 손목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박용순 응사가 데리고 있는 매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평소에 자연에서 매를 본 일이 없는 어린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참 좋아합니다.

 

각종 매를 만져보고 들어보고.

 

한 어린이는 방송국에서 나온 카메라 앞에서 매를 직접 본 소감을 말하기도 했어요. "매를 직접 봤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고 귀여웠어요" 라고 하네요.

 

전통 매사냥 시연회에는 방송국 등에서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이어서 한국매사냥보전회 황대인사무총장의 개회선언과 조현중국립문화유산원장의 축사, 그리고 박용순 응사(전통매사냥보전회장)의 인사말이 있었어요. 

 

황대인사무총장(왼쪽)과 조현중국립무형유산원장

 

박용순응사는 한국매사냥보전협회가 작년 9월에 세계매사냥보전협회(IAF) 총회에 참가해서 정회원국이 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우리 매사냥 풍속을 응원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은 여러분 덕분"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박용순 대전무형문화재 제8호 매사냥 기능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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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년 9월, 박용순 응사와 대전문화재단 전통진흥팀 관계자들이 키르기스스탄 촐폰아타에서 열린 제48차 IAF(세계매사냥보전협회) 총회에 참가했어요. 그 자리에서 한국 전통 매사냥의 오랜 역사와 우수성, 매사냥에 대한 국민의 관심 등을 어필하며 정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 전통 매사냥의 세계적 위상이 더 높아졌습니다. 

* 관련기사 http://www.ccd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9109  (충청매일)

 

IAF(세계매사냥보전협회) 총회에 참석한 박용순응사와 한국매사냥보전협회, 대전문화재단 관계자들 (대전문화재단 제공)

 

세계매사냥보전협회 정회원은 의결권을 갖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이후 12월에는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매사냥축제에 우리나라 매꾼 12 명이 참가해 한국 매사냥 문화의 역사성을 전세계에 자랑했다고요.

시민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본격 매사냥 시연 시간이 됐어요. 

원래 프로그램에는 '해리스 매'가 가장 먼저 고공 축하비행을 하는 거였는데요. 원래 남미지역의 더운 나라 출신인 해리스 매가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기다리다 보니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황조롱이와 참매를 포획한 후 훈련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어요. 

 

 

응사의 손목 위에 날밥을 올려놓고 매를 부르는 건데요. 처음에는 짧은 거리로 시작해서 점점 멀리 날도록 한다고 해요. 짧은 거리지만 날개를 퍼득이며 나는 매의 모습에 보는 사람들은 감탄이 계속 나왔고요.  앞서 날아간 꿩을 쏜살같이 뒤쫓는 매의 속도에 또 감탄을 금치 못했답니다.

이어서 이번 공개 시연회의 하일라이트 '참매의 꿩사냥' 시간이 됐어요. 그런데 박용순 응사가 약간 차질이 생겼다고 합니다. 원래 꿩을 세마리 준비를 했는데, 그 중 한마리를 뿌리공원 인근 산에 살고 있던 다른 매가 와서 잡아먹었대요. 그래서 꿩사냥을 두 번밖에 못 보여준다고요. 자연이 살아 숨쉬는 대전임을 여실히 증명한 해프닝이었어요.

 

참매가 공중에서 꿩을 낚아채는 순간

 

상자 안에 있던 살아있는 꿩을 먼저 날려보내고 매를 날리자, 매는 뿌리공원 주변 하늘을 유유히 날다가 갑자기 속도를 올려서 꿩을 낚아채는 모습에, 관중들의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이 때 매의 속도는 시속 200㎞나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냥한 꿩을 뜯어먹는 장면은 다소 잔인하다고 생각할 만 하지만, 박용순응사는 '자연의 섭리'라고 했습니다.

 


매가 꿩을 사냥하는 모습도 신기한 광경이었지만, 이번 행사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매 두마리를 방사하는 것이었어요.

해마다 그동안 매사냥에 쓰이던 매를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하는데요. 방사된 매는 자연에 잘 적응해 살아간다고 해요. 참가자들 중 어린이들과 함께 두마리의 매를 날려 보냈는데요, 그들은 인근 만성산에서 야생의 삶을 잘 살 거라는 생각입니다.

박용순응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매 조련을 시작했다고 하니 50여 년을 매와 함께 한 거네요. 그동안 각 방송사 역사 드라마에 매사냥 장면이 있으면 자문과 직접 출연도 많이 했고, EBS의 '참매와 나'를 통해 한국전통 매사냥 과정 전체를 자세하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에는 대전무형문화재 제8호 매사냥 기능보유자로 인정이 됐어요. 2010년에는 매사냥이 우리나라와 아랍에미리트, 벨기에 등 11개국 공동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고려응방에 게시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증명서'

 

이번 매사냥 시연회에서는 여성 응사도 눈에 띄었어요. 작년 정기 시연회 이후 4명의 응사가 새로 늘었는데, 그 중 여성 응사도 이렇게 많다고 하네요.

 

매사냥 기능 이수자들. 여성응사도 3명이나 된다.

 

박용순응사는 대전 동구 이사동에 '고려응방'이라는 매사냥 전수관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매사냥은 과학적인 조련기술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했어요. 지금은 천연기념물인 매를 함부로 포획할 수도 없지만, 매사냥 역시 포획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자연과 매와 함께 심신을 수련하는, 즉 자연과의 합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전통의 복원과 계승, 우수한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우리 모두 매사냥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야겠지요?

 

 

 

2018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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