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지 스무날. 년 초에 세웠던 계획들 잘 지켜가고 계신가요?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 밤 사이 많은 눈은 아니지만 희망찬 새해에 내린 첫 겨울손님을 만나기 위해 보문산을 찾았습니다.

 


 




도심의 높은 빌딩숲을 벗어나 추위도 잊은 채, 맘껏 즐겨 볼 요량으로 산을 오릅니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온통 회색빛이지만 언제 찾아도 좋은 숲 속입니다. 숲 속으로 갈수록 소복이 쌓인 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늘 향애 곧게 뻗은 겨울나무들은 하얀 눈옷으로 갈아 입고 길동무를 반깁니다.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에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툭! 떨어집니다. 말이 없는 산 속이이지만 나무친구들이 많아 무섭지 않아요. 몇 발자국 걷다 뒤돌아봐도 아무도 없어 느리게 느리게 눈을 밟으며 걷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알싸한 공기만이 뺨을 가르는 겨울 숲 속. 햇살 한 줌 없이 잔뜩 흐린 구름만이 춤을 추듯 흘러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숲. 낙엽위로 살포시 내려 앉은 겨울 눈길을 걷습니다. 탐방 코스가 많아 어느 동네에서도 쉽게 오를 수 있는 보문산. 소복소복 쌓인 눈은 아니지만 충분히 로맨틱한 분위기입니다


코스마다 제각각의 모습이 있지만, 오늘은 대전둘레산길 1코스이자 12코스이기도 한 행복숲길을 걸으며 시비가 있는 사정공원으로 올라볼까 합니다.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 대신 뽀드득 뽀드득 소리 들으며 보문산 초입으로 들어 섭니다. 


스산하고 황량함 가득한 겨울풍경아래 섰습니다.

모든것이 멈춘 듯한 겨울 숲. 앙상한 나뭇가지엔 대롱대롱 씨앗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내며 '저 좀 먹어 주세요!' 하며 새들을 기다리는 모습이 조금 외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화사한 벚꽃으로 꽃비 맞으며 즐감했던 봄. 폭염 속 시원한 그늘을 선사했던 여름. 오색 단풍으로 맘을 설레게 했던 산천초목들은 한 해를 마감하고 성장을 멈췄지만 언제나 늘 그랬듯 꿋꿋하게 서서 행인을 맞습니다.


새롭게 맞은 무술년 한 해도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가길 바래며 구불구불 숲으로 난 길을 걷습니다. 이 길이 바로 지난 봄 벚꽃비로 눈을 즐겁게 해 준 행복숲길입니다. 





느린 걸음으로 겨울 숲의 소리를 듣고 느끼며 호사를 누려 봅니다. 그동안 품고만 있었던 그리움을 보문산 행복숲길에서 풀고싶은 걸까요? 앞서 걷는 두 분.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지난 가을 수북히 쌓였던 낙엽이 낭만이었다면, 오늘 밟는 하얀 눈은 인간을 순수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하얀 눈길을 걸으면 발자국도 내 뒤를 따라옵니다."  


나뭇잎 한 장 남지 않은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반겨주는 겨울이지만 추워진 날씨가 안겨주는 청량한 공기와 겨울이 안겨주는 풍경은 딱 이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입니다.



 

 

새하얀 눈이 보문산 숲길을 가득 메웠습니다. 겨울바람과 추위를 맨 몸으로 이겨내면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꿋꿋이 서 있는 겨울 숲을 찾아 비타민을 듬뿍 마셔주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겨울 숲의 하얀눈은 낭만 그 자체입니다. 걷다보니 어느새 행복숲길 중간쯤인 윗사정공원에 도착했습니다.



▶ 사정공원으로 문학기행 떠나요!!



대전시민들의 추억이 가득한 곳! 엄마품처럼 따뜻하고 사계절 아름다운 보문산(寶文山) 윗사정공원엔 대전문학을 발전시킨 시인들의 시비(詩碑)가 여럿 있습니다. 곳곳에 세워진 문인들의 시비(詩碑)에 새겨진 시(詩)를 읽으며, 문학의 흔적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 봅니다.  





저녁 눈


                                       박용래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넉 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넉 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해질 녘 그림자처럼 길쭉하게 서 있는 박용래 시비. 눈물의 시인인 박용래 시인의 <저녁 눈>은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 되었으며, 대전에 세워진 첫 번째 시비(詩碑)라고 합니다. 올 때마다 읽는 시(詩)지만 오늘처럼 눈이 내린 날은 또다른 분위기네요.





비둘기


                                             최원규


순하게 내리는 햇살 속에서

부드러움이 가득한 날개

포근한 달같이 사랑을 주소서

하늘의 해를 바라 고요히 빛나는 눈빛 꽃같은 슬기를 주소서 누리를 향해 일렁이는 숨결 열매같은 믿음을 주소서.



충남대 교수였던 최원규 시인의 시비는 보문산 야외음악당 비둘기집 아래 세워져 있다가 이곳 사정공원으로 옮겨진 건데요. 1984년 10월 선양주조에서 '이고장 시민을 위해 비둘기 집을 짓고 비를 세우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다시 광야에


                                   김관식



저는 항상 꽃잎처럼 겹겹이 에워싸인

마음의 푸른 창문을 열어놓고

당신의 그림자가 어리울 때까지를

가슴 조여 아타까웁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늘이여 ... (중략) 살이 있는 모든 것의 몸뚱아리는 암소 황소 쟁깃결이 날카론 모습으로 갈아 헤친 논이랑이 흙덩어리와 같습니다. 따순 봄날 재양한 햇살 아래 눈 비비며 싹터 오르는 갈대순같이 그렇게 소생하는 힘을 주시옵소서



36세 아까운 나이에 요절한 시인. 천재시인, 방랑시인 등 여러가지 수식어가 붙은 김관식 시인의 시는 한 쪽 모퉁이에 외로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용운의 <꿈이라면>, 장암 지헌영 선생 추모비도 세워져 있습니다.





레포츠 공원으로 잘 알려진 보문산 사정공원을 승용차로 오르는 가로수길엔 메타세콰이어가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또한 공원관리사무소, 사정골식물원, 축구장, 롤러스케이트장, 배구장, 배드민턴장, 체력단련을 위한 시설과 20여개가 넘는 정자, 인공호수, 약수터 등 많은데요. 


인공으로 만들어진 황톳길은 보문산을 찾는 이들에게 인기이며, 각종 열대식물도 만날 수 있는 사정골 식물원 또한 유치원생들의 체험장소로 많이 이용됩니다. 





눈이 많이 내려 길이 꽁꽁 얼어 붙고 찬바람 매섭게 부는 날씨였다면 아마도 눈썰매장이 되었을 사정공원 내리막길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합니다. 아이들 네 명과 엄마들까지 10명이 채 안되는데도 즐거운 비명소리와 함께 스마트폰 카메라는 분주합니다.


추운 날씨에 신체활동이 줄어드는 계절입니다. 따스한 방에서 몸을 데워주는 차(茶)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친구, 연인, 아이들과 함께 대전에서 문학활동을 했던 시인들의 시비(詩碑)를 찾아 읽는 즐거움을 가져본다면 올 겨울 더욱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지붕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보문산은 언제 어느 때 찾아도 좋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보문산은 늘 그 자리에서 반갑게 맞아주니까요.. 


숲 속을 걷다보면 피톤치드는 덤입니다. 보문산 사정공원 문학기행을 끝내고 또다시 새로운 내일을 꿈꿔 봅니다. 하얀눈으로 따스한 손길을 내어 준 보문산에 감사하며 하산을 준비합니다.


늘 그러했듯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늘 꿈만 같을 꿈을 또 꾸게 된 무술년. 보문산의 건강한 숲을 품으며 하얀 눈길을 마음껏 걸었습니다.


가슴 속에 새해 소망 가득 담고 보문산의 문학향기 꼭꼭 채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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