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쩍게 웃는 그의 선량한 미소에서는 정말이지 20대 초반의 싱그러움이 묻어났다. 씨익 웃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지 않은 나이. 누구나 일정 시기가 지나면 어느 순간 웃는 것이 어색해지는 때가 온다. 아무렇게나 편하게 웃을 수 없는 시기가 온다는 것. 그 것이야말로 세월의 야속함이다.

그의 웃음은 편안했고, 실로 그 웃음에서 젊음을 느꼈다. 계절로 비유하자면 그 웃음은 '봄'이었다. 짙은 가을에 만난 그에게서 느낀 봄의 풋풋함. 함께 있는 공간 안에 가을과 봄, 두 계절이 공존하는 감상마저 일었다. ‘젊다’는 표현이 식상하고 상투적일지라도, 그 것 말고는 그에게서 받은 감상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말이 또 없다. 그는 서툴지만 분주히 싹을 틔우려려 애쓰는 봄과 같았다. 



중학생때부터 취미로 시작한 수영이 재미있어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덧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강습을 할 수 있는 전문 강사가 되어 버렸다. 대학에서 사회체육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전선에 나선 이규환 강사. 그는 지금 용운국제수영장 새벽파트 수업을 맡고 있는 수영강사다. 물속에서 좀 더 당당하던 그를, 물 밖에선 조금 수줍은 청년으로 만났다.

꾸준하다는 것, 그것도 재능

1년 가까이 새벽수업을 하며 결근은 한 번도 없었다. 그 흔한 지각조차 없었다. 그가 맡은 클래스의 수강생들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새벽 수영을 한 여타 다른 수강생들도 그의 성실함을 칭찬한다. 바쁜 일정 속에 피곤을 쌓아두고 사는 직장인들에게 새벽 시간은 잠을 포기하고 운동을 선택한 꽤 귀중한 시간이다. 잠과의 사투에서 승리하고 얻은 황금 같은 시간을 강사의 불성실로 인해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꾸준한 대상을 오래도록 지켜보게 되면, 어느덧 그 대상을 향한 믿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믿음을 주는 강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건 '성실'이라는 그의 특별한 재능이다. 스스로도 말한다. 

“뭐든 시작하면 꾸준하게 성실하게 하려고 노력해요.”




소통이 필요해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과 라이프가드(수상인명구조원) 자격증은 그가 강사활동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수영장의 모든 강사들은 기본적으로 자격증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다. 시험을 보고, 일주일씩이나 연수를 받고, 또 하루 10시간씩 수영을 해서 얻은 자격증들을 통해 수영강사로써의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그 자격이 훌륭한 강사가 되기 위한 조건의 전부일까? 그 것이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자격을 부여 받고 강사가 되었을 때 펼칠 수 있는 역량은 수영실력과 비례하진 않는다. '수영을 잘하는 것'과 '수영을 잘 가르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그 차이는 바로 '소통'에서 온다. 

“소통이 잘 될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그는 피드백이 잘 되는 강사이다. 수강생의 수영실력에 관계없이 개개인에 맞게 적절한 반응을 보여준다. 피드백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소통하고 싶은 대상을 향한 첫 발걸음이 바로 관심이다. 마음을 여는 것이다. 그의 코치를 받고 누군가는 실력이 더 나아지기도 하고, 누군가는 여전히 특정 영법이 어렵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강사의 관심 어린 피드백 이후 남겨진 건 스스로의 연습뿐이거늘. 

상대에게 마음을 여는 것이 행복한 그의 천성은, 수영강사가 지녀야 할 수영실력 이외의 가장 중요한 소통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다. 소통이 원활하다고 몸소 느낄 때, 그것이 가르치는 자의 뿌듯함으로 다가온다고 전하는 그. 가끔 깜짝 놀라기도 한단다. 어느새 실력이 쑥쑥 늘어있는 수강생들을 보면 말이다.

 

 


불안과 고민 속에서도 여전히 정답은 없다

“뭘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요?”

인터뷰 내내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대답하느라 바쁘던 그가 갑작스레 내게 되물었다.

수줍지만 늘 당당하던 그의 눈빛은, 어느새 고민과 불안이 뒤섞인 사춘기 소년처럼 흔들렸다.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하고 있지만, 과연 ‘오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 현시대가 규정해 놓은 삶의 가치평가 기준 상위단계에 있는 돈을 ‘얼마나 잘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아직도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욕구에 대한 갈망….

그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후회를 밥 먹듯이 하는 나 같은 사람이 해줄 수 있는 대답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십대의 허리도 지나지 않은 그에게, 그래도 몇 년 더 살아본 인생 선배라는 이유로 '마음가는대로 다 해봐라'라는 아무 말 같은 조언을 툭 던졌다. 정답이 있다면 재미도 없고 이유도 없는게 인생 아닐까. 무작위로 던져지는 주사위처럼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아름답다고 말해 주었다. 

가끔은 무리해서 술도 마시고, 미친 척 기나긴 여행도 떠나보고, 다양한 누군가를 많이 좋아해보라고. 게다가 가끔은 고독도 즐기라고 덧붙였다. 내내 끄덕이던 그가 고독 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은 혼자 보다는 여럿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좋다는 그의 이야기에, 이젠 고독이 너무도 좋아진 나는 그의 봄처럼 소란스런 젊음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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