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


작년, 어려움 속에 개봉했던 '귀향'이라는 영화 기억 나시나요? 생생하게 가슴에 우물을 판 그 대사가 잊혀지질 않네요.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던, 일제강점기 어린 소녀들의 절절한 삶을 적나라하게 연출한 조정래 감독의 작품입니다. 


1943년 일제강점기가 배경이 되어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겪었던 우리의 어린 소녀들이 스크린을 통해서 말을 걸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최근 극장가에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위안부가 된 여성의 삶을 다룬 두 작품이 상영중입니다. 타 상업영화와 견주어 보았을 때, 비교적 상영관이 적은 건 사실이지만 관객의 온 감각 속으로 역사의 진실이 파고들 수 있는 영화들을 또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반가운 일이죠.



▲ 영화 '눈길' 2015년 KBS에서 제작한 광복 70주년 기념 2부작 드라마를 묶어 한 편의 영화로 개봉 ⓒ CGV아트하우스



영화 <눈길>은 원래 광복 70주년 기념 2부작 드라마로 KBS에서 제작된 작품인데, 두 편을 그러모아 영화로 재탄생 시킨 경우죠. 두 소녀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그들만이 짊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함께 나누어야할 사회적 과제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 영화 '어폴로지' 제2차세계대전의 혼란 속에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가 된 차오 할머니 ⓒ 영화사 그램



현재 상영중인 또 다른 영화 <어폴로지>는 다큐멘터리 영화 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는 20만명. 시대의 피해자는 비단 한국 소녀들 뿐만이 아니죠. 일본군에게 납치되어 위안부로 살았던 중국, 필리핀, 한국 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위안부 문제의 적극적인 해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는 봄꽃보다도 더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전국 곳곳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수난 사태



보라매근린공원 평화의 소녀상

▲ 대전광역시청 인근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대전 평화의 소녀상'

매년 3월 1일에 소녀상 곁을 찾아오는 권선택 대전시장의 꽃바구니가 6일 사건 이후에도 곁을 지키고



지난 3월 6일 오후, 대전 평화의 소녀상 무릎에 일장기와 일본제국주의 침략을 상징하는 욱일기가 꽂혀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시민이 그 현장을 보고 112에 신고하여 접수된 사건의 주인공은 19세 고등학생. '일본인이 되고 싶다' '일본을 좋아한다'는 이유를 밝히며 일장기와 욱일기를 꽂았다는데요. 소녀상을 직접적으로 훼손한 것이 아니기에 특별한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대전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확산된 '평화의소녀상' 안전 관리 문제의 한 종류로 여겨져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부산에서는 '평화의 소녀상'에 자물쇠로 자전거를 묶어 놓는 일도 생겼고, 제주 '평화의 소녀상'에 놓은 방석이 흉기로 난도질 당한 채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어떤 여성이 소녀상을 망치로 내려치는 무시무시한 일도 있었죠.


그저 평범한 소녀로 살지 못했던 할머니들의 시간들을 함께 기억하고자 하는 의미로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 평화의 기운을 바라며 세운 전국 곳곳의 소녀상 수난은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연달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대전시에서도 6일 사건 이후 '소녀상' 안전 문제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했는데요. 대전 평화의 소녀상을 찾았던 사건 다음 날, 소녀상 곁을 함께하고 있던 권선택 대전시장의 꽃바구니가 그 모든 말을 대신 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사랑과 관심이 쏟아졌던 '대전 평화의 소녀상'



평화의 소녀상

▲ 2017년 3월 1일 대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진행된 '3.1 평화행동'



불미스러운 사건은 있었지만, 사실 대전 '평화의 소녀상'은 전국의 소녀상들과 비교하였을 때 가장 사랑받은 소녀상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대전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게 된 과정은 '평화'를 상징하는 그 이름의 위력이 대전을 감싼 듯, 타 지역에 비해 순탄하고 평화롭게 진행되었다는데요. 그 아름다운 내막을 털어 놓은 '평화나비대전행동' 오민성 사무처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대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온 오민성 처장은 지난 2월, 대전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평화의 향기 가득한 상'을 받기도 하였는데요. 소녀상을 아끼는 대전 시민의 마음을 대표하여 얻은 귀한 상인 만큼 그 의미는 특별합니다.


"2015년도에 한창 일본 역사 왜곡이 문제였죠. 그러면 대전에서는 역사 왜곡을 바로 잡는 활동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했었어요. 처음에는 캠페인이나 우리 역사 제대로 알리기 이런 수준으로 고민을 하다가... 지역에 소녀상을 한 번 세워 보면 어떨까? 라는 의견이 나온거죠. 거기 계셨던 운영위원, 임원분들이 다들 찬성을 하셔서 다른 지역의 소녀상 건립 현황, 부지문제부터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같이 추진위를 구성하자는 제안서도 주요 시민단체에 돌려서 결국 추진위원회가 결성이 됐죠. 명칭은 '평화나비대전행동'이에요. 그리고 중요한 게... 부지를 잘 선택하려면 지자체의 협조가 필요했는데 자연스럽게 긍정적으로 추진 된 편이었죠."


"전국적으로 살펴 보면 지자체에서 부지를 제대로 제공, 협조 안해주는 곳이 있었어요. 부지문제는 지자체와의 협력이 중요한 터라 추진위원회 원로분들이 시장님과 면담을 꾸준히 했었어요."


"우리 이렇게 추진위를 구성했고, 소녀상을 세우고 싶다며 부지문제에 대한 협조요청 제안을 드렸더니, 그러면 좋은 취지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니 함께 공동으로 사업을 건립하면 좋겠다고 흔쾌히 말씀해주셔서 민관협력사업으로 평화롭게 추진 되었어요."


"추진위원회측이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부지는 대전시청 인근 이었어요. 관리문제도 그렇지만, 시민들 왕래가 많아 자주 접할 수 있는 곳을 고려했을 때, 가장 적합한 곳이 지금 있는 위치 시청 근처였죠. 다행스럽게도 부지에 대한 우리 바람이 순조롭게 이뤄졌어요. 또 현재 소녀상이 위치한 보라매근린공원은 서구청 관할이기 때문에 서구청과도 협력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서구청에서도 흔쾌히 조성될 수 있게 잘해주셔서 다른 지역보다는 순조롭게 된 편이죠."



'평화공원'은 소녀상의 힘




▲ '소녀에게 평화를' ⓒ 그림 권순지



제막식 하던 날을 잊을 수 없다며 말을 덧붙이는 '평화나비대전행동' 오민성 사무처장.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 상임대표인 김용우 목사님이 축사를 하실때, 소녀상이라는 상징물도 건립된 만큼, 이곳이 평화와 인권에 대한 것들을 공부하고 교육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그런 현장으로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평화공원'으로 조성되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신거죠. 그 자리에서 모두가 다같이 노력해보자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 결국 지금 소녀상 덕분에 보라매근린공원이 평화공원으로 리모델링 하게 되었네요."


대전 시민의 사랑을 받고 순탄한 건립 역사를 지닌 대전 평화의 소녀상. 그 소녀상을 세우기 위해 발에 땀 나도록 뛰어다닌 그녀. 고통받은 역사가 바로잡히지 않으면 진정한 3월 1일이 아니라는 어느 분의 말이 마음에 박혀 사라지질 않는다는 그녀의 막바지 말은 다시 저에게 와서 오래도록 가슴에 소용돌이를 칩니다. 염원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평화와 인권이 공존하는 대전이 되길. 그리고 그 기운이 국가 온 지역으로 스며들길. 앞으로 모든 날, 소녀상에게 봄날씨만큼 따스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모여들길. 평화공원을 찾는 발자국에 온정과 평화만이 가득하길.



 ▶대전 평화의 소녀상 비문◀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피맺힌 고통을 겪어야만 했던

이 땅 소녀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인권이 존중되고

평화가 실현되는 사회를 바라는

대전 시민의 뜻을 모아

이 비를 세웁니다.


-광복 70년 분단70년 2015년 3월 1일

-대전광역시, 대전평화의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


*2017년 5월부터 공사를 마친 평화공원에서 매월 두 번째 수요일에 '수요문화제'가 진행됩니다. 위안부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대전시민의 염원을 담아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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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냥 2017.03.29 0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전 평화의 소녀상이 처음 공개되던 날, 저도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아이들 손잡고, 위안부할머니들도 뵈었지요.
    그날 황금빛 나비 빼지를 나눠주셔서, 그 후로 저희 집에서는 위안부할머니를 '나비할머니'라고 부릅니다.
    부디, 마음만이라도 나비처럼 자유로워지시길...

    시청 앞을 오갈 때마다 꼭꼭 들러보곤 했는데, 한동안은 그 공간이 공사 중이라 장막이 쳐져 있더군요.
    그 와중에 '그 사건'이 일어나서 더 황망했습니다.
    누구 탓을 해야할런지요...

    • Favicon of http://daejeonstory.com BlogIcon 권순지 2017.03.31 2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나비할머니^^ 너무 좋네요. 할머니들의 안식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봄 나비 날개짓을 따라 대전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가득해지길 저도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