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엑스포시민광장 야외스케이트장에서 겨울바람 날려버리기! 그럼, 500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우아한 문화인으로 변신하기!

 

 

 

 

대전의 여러 미술관 중에서도 첫번째로 손꼽히는 건, 역시 대전시립미술관입니다. 지금 이 곳에서는 착한 관람료 500원으로 두 가지 기획전을 볼 수 있답니다.

 

 

 

 

2층 중앙홀에서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프랙탈 거북선>입니다. 누구의 작품인지, 짐작하시겠죠? 저처럼 문화예술 소양이 깊지 않아도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 고(故) 백남준 작가를 단박에 떠올리실 겁니다. 

 

<프랙탈 거북선>은 1993년 대전엑스포를 기념해서 만든 작품이랍니다. 알고 계셨나요?

 

348대의 낡은 텔레비전를 비롯해서 전화기와 축음기, 폴라로이드 카메라, 토스터기, 라디오, 박제 거북, 수족관 등 온갖 고물이 모여 거대한 거북선이 되었죠.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각 모니터에서는 역동적이고 화려한 영상이 펼쳐집니다. 

 

'프랙탈'은 '무질서 속에 규칙이 있다'는 물리학 용어래요. 폐기물에 생명을 불어넣어 전혀 새로운 예술품을 만들어내다니, 역시 세계적인 예술가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있는 '다다익선'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작품이라 하니, 그 위용을 직접 느껴보시길!

 

 

 

 

<프랙탈 거북선>을 뒤로 하고 1전시실 앞에 서면, 벽면 가득 <신년기획전 - 아름다운 순간>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아름다움'을 소비하며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여덟 명의 작가가 전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과 그 결과물 64점을 만날 수 있습니다.

 

평일임에도 3개의 전시실 곳곳에서 작품에 담긴 '아름다움'과 그 순간을 음미하는 관람객들을 볼 수 있었죠.

 

 

 

 

우리가 하루 세 번 밥을 먹을 때마다 사용하는 숟가락이 철선망에 둘러싸여 작품이 되었습니다. 김세일 작가의 작품은 조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깹니다. 덩어리감 없이, 철선을 꼬아만든 작품은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있어 더욱 멋집니다. 남자 소변기를 엎어놓고 '샘'이라고 명명했던 뒤샹이라는 작가에게 영향을 받았다지요.

 

화면 가득한 얼굴이,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물이 흐르듯 혹은 벽이 무너지듯 움직입니다. 양민하 작가의 '이면(裏面)'은 이렇게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작품입니다. 구글에서 '행복한 얼굴'로 검색한 다섯 가지 이미지를 조합해서 만들었다네요.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세일-숟가락/빛/불가촉]·[양민하-이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세일-숟가락/빛/불가촉]·[양민하-이면]

 

 

윤종석 작가는 어른 키보다 더 넓은 캔버스에 붓이 아니라 주사기로 한 줄 한 줄 그립니다. 주사기에 딱 5만큼의 물감을 채워 지인들의 모습을 담았대요. 얼마나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완성했을지 가늠이 안됩니다.

 

권여현 작가는 제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제게 숲이란 치유과 휴식의 공간인데, 작가의 숲은 충격적이었거든요. 메두사의 머리를 한 니체와 반가사유상, 인도 무희 등이 배치된 이 그림은 '코나투스의 숲'입니다. 니체와 마주보고 있는 인물이 스피노자인데, 그는 살고자하는 욕구를 코나투스(conatus)라 했고, 코나투스의 완전한 표출을 행복으로 보았다네요. 신화와 대중문화, 철학을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작품입니다.

 

 

왼쪽부터 윤종석[That day 시리즈]·권여현[코나투스의 숲]왼쪽부터 윤종석[That day 시리즈]·권여현[코나투스의 숲]

 

 

백한승 작가는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 사진 작가입니다. 한 때 눈에 물이 차오르는 듯한 실명을 경험했다는데요, 그 이후 비가 오는 밤 풍경을 주로 담는다네요. 사진은 그림과 달리 똑같은 작품을 여러 장 뽑을 수 있지만, 인화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진대요. 그래서 작가의 느낌을 가장 잘 담은 첫번째 인화품만을 전시한답니다.

 

작품을 보는 이의 마음도 시원하게 뻥 뚫리기를 바라며 'SODA'라고 이름붙인 작품들이 여럿 전시되어 있습니다. 도슨트께서 전하는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당신이 대상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 그 대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이 아름다워서 입니다."

 

마치 허공에 연필로 데생을 하듯, 가늘고 긴 금속판을 엮어 만든 복진오 작가의 '아버지'입니다. 실제로 보면 2m는 족히 되는 큰 작품입니다. 현대미술은 그 재료와 표현이 정말 다양합니다.

 

 

왼쪽부터 [백한승-SODA#102637]·[복진오-아버지]왼쪽부터 [백한승-SODA#102637]·[복진오-아버지]

 

 

이민혁 작가는 캔버스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는 작가라고 합니다. 화려한 조명의 한강 다리, 그 곳에서 뛰어내린 사람들의 궤적을 색색이 번지점프 줄처럼 그려낸 '대한민국은 자살 천국입니다' 앞에서는 먹먹했습니다. 그래도 몇 해 전부터는 예전보다 따뜻한 작품을 그린다네요.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극장이 아닌 미술관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도 있습니다. <Walker(행자)>라는 28분짜리 영화인데요, 삼장법사의 인도 천축국 여행기에서 착안했답니다. '애정만세'로 1994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차이밍량이라는 중국감독이 만들었대요. 홍콩이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과 한 걸음 한 걸음 느릿느릿 공들여 걷는 승려의 모습은 대비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드디어 영화 말미에 이르러서야 그날의 양식을 한 입 베어무는데,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민혁-대한민국은 자살천국입니다/겨울을 지나는 탱고]·[차이밍량-Walker]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민혁-대한민국은 자살천국입니다/겨울을 지나는 탱고]·[차이밍량-Walker]

 

 

작품을 만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저는 전시 작품을 먼저 훑어봅니다. 그리고 전시물을 설명해 주는 도우미인 '도슨트'를 기다리지요. 이 기획전 역시 도슨트의 해설을 꼬~옥 챙기시길 바랍니다. '대체 이 작품은 뭐지?' 싶었는데, 도슨트의 설명이 정말 도움 되었습니다. 작품을 보며 그 숨겨진 뜻을 알게 될 때마다 "아!"하며 고개를 끄덕였지요. 비록 뒤돌아서면 다 잊어버리는 나이인지라, 그 감동을 조금도 옮길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여러분들께서 직접 가서 보고 느끼시면 되겠죠?

 

도슨트에게 어쩜 그리도 설명을 잘 하는지 비결을 살짝 여쭤봤지요. 역시 거저되는 건 없었습니다. 전시를 앞두고 세 달 가까이 준비하신대요. 작가와 전시물에 대한 혼자서 공부하고 또 모여서 공부하고, 각자 해설 대본을 만들어 공개 리허설을 하고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절로 외워진다고 하시더군요.

 

 

 

 

 

전시를 보고 나오면, 소망벽이 기다립니다. 병신년을 보내며 또 정유년을 맞으며, 마음 속에 깃든 소망들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소장품기획전-모계포란>이 바로 옆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어미닭이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 알을 품고 있다'는 모계포란(母鷄抱卵)의 뜻과 포스터의 멋진 닭 그림만 보고는 정유년 특집 '닭'그림 전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어미 닭이 아니라 유화부인처럼 알을 품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이렇듯 따뜻한 작품들로 구성하여, 다사다난했던 2016년의 삶에는 위로를, 새로이 맞이하는 2017년 새해에는 희망의 인사를 전하고자 했다네요.13명 작가의 작품마다 그에 어울리는 문구가 함께 합니다. ·

 

여러분의 새해를 아름다운 작품과 함께 시작하시길 바래요.

 

 

 

 

 

 

 

 

 

<대전시립미술관 관람안내>

 

위치 :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대로 155
전화번호 : 042) 270-7370
입장료 : 어른(25~64세) 500원 / 어린이 ~ 청소년(8~24세) 등 300원


<신년기획전 : 아름다운 순간, 소장품 기획전 : 모계포란>
2016.12.13~201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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